Insights
2026-07-07

참치와 AI

새벽의 수산시장. 중매인이 냉동 참치의 꼬리 단면 하나를 들여다본다. 색, 지방의 결, 살의 탄력 — 몇 초 안에 등급이 정해지고, 그 등급이 값을 정한다.

여기서 이미 한 가지가 끝나 있다. "참치의 품질"이라는 크고 모호한 것이, 꼬리 단면 하나를 보면 판정할 수 있는 문제로 좁혀져 있다. 볼 곳이 정해져 있고, 등급 체계가 있고, 명인의 판정이라는 정답이 쌓여 있다. 우리는 이걸 읽을 수 있게 정리된 판단이라고 부른다. 참치라는 산업에서 AI가 어디로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이 "읽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었는가"를 따라간다.

참치 운영을 이 렌즈로 해부하면

한 마리의 참치가 접시에 오르기까지, 산업은 크게 네 개의 판단 위에서 돈다. 각각을 같은 질문으로 본다 — 이 판단은 신호로 읽히는가, 아니면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가.

어군을 찾는 판단. 넓은 바다 어디에 참치가 모여 있는가. 전통적으로는 선장의 경험, 바다 색, 새 떼였다 — 읽히지 않는, 머릿속 판단이다. 그런데 선단이 FAD(집어장치) 아래에 어탐(echo-sounder)을 달면서, 어군이 처음으로 음향 신호라는 읽을 수 있는 형태를 얻었다.

품질을 매기는 판단. 앞의 꼬리 단면이다. 명인의 눈이 곧 값의 근거이고, 그 눈은 이미 단면이라는 신호 표면 위에서 작동한다.

얼마나 잡을지의 판단. 참치는 국제 쿼터로 관리된다. 대서양·지중해 참다랑어의 총허용어획량은 2026–2028년 연 48,403톤으로 정해져 있다(ICCAT). 쿼터가 지켜지려면 어느 배가 어디서 얼마를 잡았는지가 신호로 남아야 하는데, 오랫동안 그건 항구에 돌아온 뒤의 서류에 갇혀 있었다.

선단을 운영하는 판단. 수만 척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배가 위치를 송출하기 시작하면서, 이 판단도 신호가 되었다.

네 자리의 차이는 AI의 유무가 아니다. 판단이 읽을 수 있는 신호가 되어 있었느냐다. 그리고 AI는 정확히 신호가 된 자리에만 들어갔다.

AI가 실제로 들어간 지점

꼬리 단면 — TUNA SCOPE. 일본 덴츠(Dentsu)가 개발한 이 앱은 참치 꼬리 단면 약 4,000장을 명인들의 등급 판정과 함께 학습했다. 스마트폰을 단면에 대면 A·B·M 세 등급을 매기고, 명인의 판정과 약 90% 수준으로 일치한다고 보도됐다. 회전초밥 체인 쿠라스시(Kura Sushi)는 이걸로 고른 참치를 상품화했다(SeafoodSource, Nippon.com). — AI가 새로 만든 건 판단 기준이 아니다. 명인이 수십 년에 걸쳐 단면 위에 만들어 둔 기준을, 스마트폰으로 옮겼을 뿐이다.

어탐 신호 — TUN-AI. 부표 제조사 새틀링크(Satlink)와 Komorebi AI 연구진은 FAD 어탐 부표의 음향 데이터에 해양·위치 정보를 결합해 어군 규모를 추정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약 66,000건의 부표 상호작용으로 학습했고, 3일치 관측 창을 쓴 참치 존재·부재 이진 분류에서 F1-score 0.925를 기록했다(Precioso et al., Tuna-AI, 2021). — 이 일이 가능했던 전제는 모델이 아니라 부표다. 어군을 음향이라는 신호로 바꿔 놓는 장치가 먼저 있었다.

선단 전체 — Global Fishing Watch. 연구진은 2012–2016년 선박이 공개 송출한 AIS 신호 220억 건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7만 척 이상의 상업 어선과 그 크기·조업 방식·조업 위치를 시간 단위로 식별해냈다. 공해 조업의 85%가 다섯 나라(중국·스페인·대만·일본·한국)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지도 위에 드러났다(Kroodsma et al., Science, 2018). — 여기서도 순서는 같다. 배들이 위치를 신호로 흘리고 있었기에, 그 위에 판독이 얹혔다.

(이 사례들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각각 다른 조직이, 참치라는 산업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룬 일이다. 우리가 보는 건 성과가 아니라 그 성과들이 공유하는 순서다.)

그래서, 순서가 먼저다

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겉보기와 다른 공통점이 보인다. 바뀐 자리는 AI가 특별히 뛰어났던 자리가 아니라, 판단이 이미 신호로 읽히던 자리다. 꼬리 단면, 어탐 음향, AIS 위치 — 셋 다 AI가 오기 전에 이미 존재하던 읽을 수 있는 표면이다.

반대로, 신호가 되지 못한 판단에는 어떤 모델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 선장이 왜 굳이 저 해역으로 가는가" 같은, 머릿속에만 있고 어떤 신호로도 남지 않는 판단은 지금도 사람의 것이다. 더 좋은 AI가 없어서가 아니라, 읽을 표면이 없어서다.

바뀐 산업과 안 바뀐 산업을 가른 건 AI의 성능이 아니라 운영이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는가였다. 이것이 우리가 모든 산업을 읽을 때 쓰는 순서다. 좋은 모델을 먼저 묻지 않는다. 이 회사의 어떤 판단이 아직 꼬리 단면이 되지 못했는지를 먼저 묻는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그 명인의 눈에 해당하는 판단이 여러 개 있다 — 30년치 견적을 감으로 매기는 사람, 발주량을 경험으로 정하는 사람. 그 판단들이 신호가 되기 전까지, AI는 문 앞에서 기다린다. 참치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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