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현 산골, 눈이 많이 내리는 작은 양조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케 중 하나인 닷사이(獺祭)를 만드는 곳이다. 뉴욕에도 양조장을 냈고,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195억 엔이었다. 그런데 이 양조장에는 술 빚는 장인이 없다.
일본 사케는 천 년 넘게 토지(杜氏) 제도로 만들어졌다. 겨울에만 오는 계절 장인이 양조의 전권을 쥔다. 쌀을 언제 씻을지, 발효를 언제 멈출지 — 술의 모든 판단이 이 한 사람의 감(感) 안에 있었다. 닷사이를 만드는 아사히주조에서는, 그 장인들이 팀째로 떠났다.
장인이 도망친 자리
1984년 사쿠라이 히로시가 아버지의 별세로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아사히주조는 파산 직전이었다. 매출은 해마다 줄었고 지역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Forbes Japan). 재기하려고 벌인 지역맥주 레스토랑 사업이 실패하면서 빚 2억 엔이 남았고, 이걸 본 토지들이 판단했다. "이 회사에 있다간 위험하다." 그리고 떠났다(일본어 위키).
여기서 회사가 한 선택이 이 이야기의 전부다. 상식대로라면 새 토지를 수소문했어야 했다. 사쿠라이는 반대로 갔다. 새 장인을 찾는 대신, 떠난 장인이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를 물었다.
감은 물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감이 보던 것은 잴 수 있다. 장인이 언제 손을 대는지, 무엇을 보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지 — 몸으로 알던 판단의 순간들을 하나씩 숫자로 옮기기 시작했다. 2000년의 일이고, 2천 년 사케 역사에 없던 방식이었다. 여기까지는 어느 기사에나 "데이터로 술을 빚는다"는 한 줄로 요약된다. 중요한 건 그 한 줄 아래에서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가다.
감(感)을 분해하는 세 가지 방법
쌀 씻기 — 스톱워치. 정미를 극한까지 한 쌀은 물을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몇 초만 늦어도 술이 달라진다. 장인은 이 타이밍을 손끝으로 알았다. 닷사이는 이걸 이렇게 바꿨다. 쌀을 10~15kg씩 잘게 나눠 씻고, 흡수율 목표를 0.1% 단위로 정한 뒤, 직원이 스톱워치를 노려보며 담근다. 그날의 기온과 수온에 따라 초를 조정한다. 하루 처리량이 약 10톤이니, 단순 계산으로 하루 약 1,000번의 세미(洗米) 작업이 된다(NTT docomo Business Watch). 장인의 손끝 감각이, 초와 퍼센트라는 읽을 수 있는 숫자가 된 것이다.
누룩 — 시간. 여기서 흔한 오해가 갈린다. 데이터로 바꿨다는 건 자동화했다는 뜻이 아니다. 닷사이는 자동 제국기(製麹機)를 한 대도 두지 않았다. 모든 술의 누룩을, 사람이 직접 씨를 뿌려(種切り) 만든다. 40℃에 가까운 누룩방에서 55~60시간, 살아 있는 누룩을 사람이 계속 만지고 뒤집는다(Dassai 공식). 업계 표준이 약 48시간인데 닷사이는 더 오래, 더 손을 댄다(NTT). 잴 수 있는 건 숫자로 옮기고, 숫자로 못 잡는 편차는 사람 손으로 잡는다 — 둘 다 극단으로 민다.
발효 — 여섯 개의 숫자. 장인의 마지막이자 가장 어려운 판단은 "다 익었는가"였다. 닷사이는 이걸 여섯 개의 값으로 분해했다. 매일 醪(모로미) 탱크에서 샘플 300개 이상을 뽑아, 보메·알코올도수·산도·아미노산도·피루브산·글루코스를 측정한다. 발효 온도는 0.1℃ 단위로 관리한다(NTT).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숫자를 특정 한 사람이 독점하지 않는다. 전 직원이 함께 들여다본다. "잘 익었다"는 한 사람의 감이, 회사 전체가 읽는 여섯 개의 신호가 된 것이다.
그들이 붙인 이름
닷사이는 자신들이 한 일을 이렇게 정의한다 — 암묵지(暗黙知)를 형식지(形式知)로 바꾸는 일(NTT). 한 사람 머릿속에만 있던 앎을, 누구나 읽고 이어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는 뜻이다.
토지의 시대에는 그가 떠나면 회사의 실력도 함께 떠났다. 실력이 사람에게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닷사이의 판단 기준은 측정값과 기록으로 회사에 남는다. 입사 1년차도 그 숫자를 보며 양조에 참여한다. 실력이 사람이 아니라 회사에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인을 잃은 사고가, 오히려 판단을 회사의 자산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 대부분의 직관과 어긋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데이터로 바꿨으니 사람이 줄었을 것 같지만, 정반대다. 닷사이는 30,000석을 160명이 넘는 인원으로 만든다. 같은 양을 만드는 회사 평균의 3배가 넘는 인력이다. 짜는 기계(搾り機)만 10대를 둬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NTT). 숫자로 만든 건 사람을 빼는 도구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은 판단을 동시에 공유하게 만드는 언어였다. 감으로 하면 한 명만 알지만, 숫자로 하면 전원이 안다. 그래서 품질을 유지한 채 물량을 키울 수 있었다.
결과는 숫자로 나와 있다. 망하기 직전이던 회사는 2016년 매출 100억 엔을 넘겼고(일본어 위키), 직전 회계연도 매출은 195억 엔이다. 2023년 뉴욕에 양조장을 세웠고, 2025년에는 회사 이름 자체를 아사히주조에서 '닷사이(Dassai Inc.)'로 바꿨다(Dassai 공식). 다음 목표는 매출 1,000억 엔, 그중 700억이 해외다(Dassai 공식).
AI는 어디에 있었나
여기까지 AI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게 핵심이다.
닷사이도 AI를 만졌다. 2018년 후지쯔와 함께 발효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실증했다(Craft Brewing Business). 하지만 그게 가능했던 건 AI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앞에 이미 여섯 개의 숫자가 매일 쌓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톱워치와 흡수율과 모로미 샘플이 없었다면, 예측할 대상 자체가 없었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판단이 읽을 수 있는 신호가 되고, AI는 그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정작 닷사이는 데이터 만능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데이터는 레시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쌀은 논마다 다르고, 효모의 활력은 해마다 다르며, 그 편차는 지금도 사람의 손이 다룬다(Takasan). 이 순서를 뒤집으면 안 된다. 데이터가 판단을 대신한 게 아니다. 판단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고, 그래서 사람도, 훗날의 AI도 그 위에 올라탈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그래서, 당신 회사의 토지는 누구인가
닷사이가 증명한 건 하나다. 30년 경력의 장인이 손끝으로 하던 판단조차, 스톱워치와 여섯 개의 숫자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천재의 마법이 아니라 분해의 문제였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그 토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다. 30년치 견적을 감으로 매기는 사람, 경험으로 발주량을 정하는 사람, 어떤 고객이 위험한지 냄새로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나가면 회사의 실력 절반이 같이 나간다. 그리고 그 판단이 숫자가 되기 전까지, 아무리 좋은 AI도 문 앞에서 기다린다 — 읽을 표면이 없기 때문이다.
첫 질문은 "어떤 AI를 도입할까"가 아니다. "이 회사의 어떤 판단이 아직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가"다. 그 판단을 찾아, 닷사이가 쌀 씻는 시간에 했던 일을 그 판단에 하는 것 — 볼 곳을 정하고, 잴 수 있는 신호로 바꾸고, 회사가 함께 읽게 만드는 것. 그게 먼저다. AI는 늘 그 다음에 온다.
닷사이가 보여준 건 그 순서를 어떻게 밟는가였다. 그리고 이건 산골 양조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